어떤 騷音 : 이사 그 이후
- unknown
- 2022년 8월 11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8월 20일
저의 고향은 소래입니다. 인천에 있는 소래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8년 동안 바다 비린내를 맡으며 거주했습니다. 병원 하나를 가려 해도 버스를 타고 멀리 나가야 했던 저는 초등학교에 입할할 때 즈음 간석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 갔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지역에서는 5일장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촌놈에 불과했습니다. 그 이후 초등학교 6년에 중학교 3년을 그곳에서 살았죠.
다만, 저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단지로 이사를 갔던 경험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제가 중학교 1학년이었을 무렵 이사 온 한 집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처음에 윗집에서 이사를 왔다며 시루떡을 가지고 아이 두 명과 함께 엄마의 또래가 되어 보이시는 분이 내려오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이들이 뛸 수 있으니 시끄러우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고 올라가셨죠. 그때는 몰랐습니다. 새롭게 이사 온 한 가정집이 저희 집에 엄청난 층간소음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걸요.
이사 초반에는 나름 신경을 쓴다고 잠잠했던 윗집은 어느 순간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심각하게 쿵쿵대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2시쯤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소리가 울려왔고, 친구가 놀러오는 날에는 술을 마시는지 온 거실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가득 찼습니다. 오죽하면 윗집이 너무 시끄러웠던 나머지 아랫집에서 저희 집으로 인터폰을 보낼 정도였습니다.

어린 저는 그 인터폰을 받고 “죄송합니다.” 사과를 했는데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은 저에게 “왜 우리가 낸 소음이 아닌데 네가 사과를 했느냐. 아랫집이 오해하지 않겠느냐.” 라면서 다시 인터폰을 하여 윗집에서 내는 소리라고 해명을 했죠. 저희 집은 소음을 어떻게든 견디려고 했습니다. 아주머니와 마주할 때마다 새벽에 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아주머니는 사과하고의 반복이었죠. 결국 지친 것은 엄마였고 우리는 새로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내놓고 세입자가 집을 구경하러 올 때마다 윗집에서 소음을 내는 것은 아닐지 전전긍긍하였고, 결국 집을 팔아버리고 같은 아파트 단지의 다른 동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소음에서 도망치기 위해 ‘회피’했고 이사를 하고 집에 들어왔을 때, 소음 하나 없는 쾌적한 집을 되찾았다는 생각에 기뻐했습니다. 다만 소음을 피하니 ‘결로’라는 문제와 부딪히게 되었지만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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