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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騷音 : 옆집 강아지 = 사람?

  • unknown
  • 2022년 8월 17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8월 20일

때는 스물 셋, 중국에 교환학생을 갔던 시절의 일입니다. 저는 층마다 가구수가 여덟 호는 되는 원룸 빌라에 살고 있었습니다. 원룸의 벽은 매우 얇아 옆집 소리가 지나치게 많이 들렸는데, 현재 한국에서도 간혹 층간소음에 시달리긴 하지만 중국에서의 소음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한국 아파트에서의 소음이 둔탁하고 크게 퍼지는 소리에서 끝난다면, 중국 원룸에서의 소음은 서라운드 빵빵한 옆집 사람들과의 동거 체험 같았달까요?


중국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같은 건물에 사는 동기의 집에 놀러가서 무섭기로 유명했던 공포영화 <주온>을 보게 됐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누군지도 몰랐던 동기라 어색한 사이였죠. 심지어 그 날은 그 친구의 반 친구인 일본인 남학생도 함께였는데 그 둘도 안 지 얼마 안 되어 어색한 사이였습니다. 그렇지만 혼자 공포영화를 보는 건 무서우니까요! 혼자 보면 오늘 잠도 못 잘 것 같았습니다.





주온에 나오는 귀신들이 내는 독특한 소리를 아시나요? 건조한 성대에서 나는 기이하게 끊어지는 소리... <주온>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소리이기도 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옆집에서 강아지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는 계속 커졌고 어디 아픈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강아지의 신음 소리에 귀신들의 소리까지 잡아먹히자 그때 눈치챘어요! 이건 강아지가 내는 소리가 아니다.. 사람이 내는 소리다...


사람이 귀신보다 무섭다더니 정말 그랬습니다. 낮부터 뜨거운 옆집 커플의 소리를 친하지도 않은 외국인들끼리 듣고 있자니 <주온>은 더 이상 무섭지 않았습니다. 온몸을 꺾으며 주인공을 쫓아오는 귀신에게서 왜 <주온>의 트레이드 마크인 마른 기계음 소리가 안 나오고 강아지가 낑낑거리는 소리만 나오는 거죠?... 하필 타이밍도 좋게(?) 귀신의 공격이 절정에 달해갈수록 강아지도 더 크게 울부짖었고, 주인공의 공포감이 극에 달해가며 저희 셋의 공포감도 (다른 쪽으로) 극에 달해갔습니다. '영화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공포감이요... 차라리 무서워서 밤을 새는 한이 있더라도 혼자 볼 걸 후회됐습니다.


그 날, 화려했던 귀신의 온몸 비틀기 기술과 옆집에서 생생하게 피처링 해준 사운드 덕분에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무슨 말을 했는지, 일본인 남학생은 언제 집에 돌아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귀신이 전형적인 일본 주택인 주인공의 집 2층에서 어떻게 몸을 꺾으며 내려왔는지, 주인공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떻게 도망갔는지는 정말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사운드가 워낙 훌륭했으니까요... ^^ 더 무서운 사실은 한 달도 안 돼서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세 명 (아니, 다섯 명이었나?...) 중 저를 제외한 둘은 사귀게 됐고 전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남자친구는 커녕 동성친구도 거의 사귀지 못했다는 것이에요. <주온>의 저주는 저만 직빵으로 맞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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